[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- 류이치 사카모토]

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농구부에 들어갔다. 그 무렵에 우선 내 키가 제일 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, 역시 농구부가 가장 인기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. 농구화나, 바지 끝단 지퍼를 열어 옷자락이 질질 끌리는 운동복 같은 것들이 아주 폼나게 보이던 시절이었다.

농구는 자칫 손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피아노 연주자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. 당연히 아버지나 피아노 선생님은 반대하셨지만, 나는 꼭 농구를 하고 싶었다. 인기를 좀 끌고 싶다는 마음뿐, 딱히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. 그러면서도 "음악을 계속하겠느냐 아니면 농구를 하겠느냐,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"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"농구를 하겠다"라고 대답해서 단번에 피아노도 작곡도 그만둬 버렸다. 작곡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때였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짓이었다. 처음 배울 때도 어지간히 티격태격했지만 그만둘 때도 한바탕 난리법석을 치렀다.

석 달에서 반년쯤 정말로 음악을 뚝 끊고 농구에 몰두하면서 지냈다.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 안에서 뭔가가 빠져나간 듯한 허전함이 들었다. 처음에는 뭐가 빠졌는지 알지 못했지만, 금세 그게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.

결국 도쿠야마 선생님과 마쓰모토 선생님을 찾아가 이번에는 나 스스로 다시 음악을 하게 해달라고 머리 숙여 부탁했다. 그때 처음으로 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. 내가 음악을 꽤 좋아하는구나, 라고 실감했다. 그만둬 보고서야 깨달았다. 한 번 헤어진 뒤에 다시 만나 결혼하는 연인 비슷한 심정인지도 모르겠다. 스스로 정말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내 인생에서 그때가 처음이었다. (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46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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